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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권력형 비리로 두 번째 불려온 ‘만사형통’ 이상득 前의원

입력 | 2015-10-06 00:00:00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포스코 협력업체를 통해 상당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어제 검찰에 소환됐다.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아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는 최초로 1년 2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고 출소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이 전 의원은 “내가 왜 여기 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에 이어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 불리던 전 대통령의 형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검찰에 두 번째 소환되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 운영을 맡아 온 측근 박모 씨는 2009년 포스코의 협력업체 티엠테크를 사들였다. 박 씨는 철강사업에 문외한인데도 그즈음 취임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매년 170억∼180억 원의 일감을 몰아줘 배당수익으로 20억여 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 중 상당액이 이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로 쓰인 것으로 본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포스코의 최대 현안이었던 신제강공장 건설도 이 전 의원이 ‘만사형통으로’ 해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래서 특혜 수주가 이뤄졌고 수익의 일부를 이 전 의원이 정치 활동에 사용했다면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봐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가 대통령선거 비용을 위해 저질러진 데 비해 포스코 관련 혐의는 동생 집권 중의 ‘권력형 비리’라는 점에서 죄질이 훨씬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초우량 기업이었던 포스코는 정 전 회장의 무리한 경영으로 막대한 부실을 키웠다. 이 전 의원과 그의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한 ‘정준양 회장 만들기’는 포스코 부실과 협력업체 비리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어떤 정권이든 포스코를 비롯한 민영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관여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 바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를 나온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이 전 대통령이 낙점한 민영진 전 KT&G 사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나 검찰은 죽은 권력이든 산 권력이든 비리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관심 갖는 ‘하명수사’라고 해서 검찰이 무리를 하면 결국 부메랑처럼 정권에도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이 전 의원은 5선 의원에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계 원로다. 이명박 정권을 만든 주역이자 최고 실세에서 여든의 고령으로 이번에 두 번째 구속될지 모르는 처지에 몰렸으니 권력무상이란 말이 실감난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 사람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