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종운 감독. 스포츠동아DB
최악의 상황서 감독 데뷔…8위로 마감
롯데 이종운(사진) 감독에 대해 ‘신인 감독의 처참한 실패’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 롯데가 안팎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리고 겨우내 어떤 전력 변화가 있었는지를 기억한다면 올해 롯데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상위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9위 후보’였던 팀이 꽤 오랜 시간 상위권에서 버텼고, 시즌 막바지 5위 전쟁에도 참전했다. 물론 마지막 과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고질인 수비 불안에 해결되지 않은 불펜, 가장 중요한 순간에 1승10패를 당한 모습도 몹시 아쉬웠다.
이날 이 감독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역할과 본분을 잊지 않고 있었다. 시즌 내내 팀을 괴롭힌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 대한 향수와 뜬소문 등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의 책상에는 당일 경기에 대한 전력분석자료뿐 아니라 마무리캠프 준비 자료, 각 선수에 대한 분석표 등 서류가 수북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까지 달려왔는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다. 물론 그 부분이 자이언츠의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많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분명한 숙제들이 정해졌다. 선수들이 올 한해 느낀 것이 많았으리라고 믿는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불법 CCTV 사찰, 총 3명의 FA(프리에이전트) 이탈 등 최악의 상황에서 데뷔했다. 불신과 반목이 가득했던 선수단을 다시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시즌 초반 보여준 강렬함에 맞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그래도 아직 실패한 감독으로 규정짓기에는 섣부르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