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 구자준 총재가 2015~2016 V리그 개막을 앞두고 1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유소년배구 발전과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 건강한 배구생태계 조성, 올바른 시스템을 통한 효율성 있는 지원금 관리 등의 구상을 밝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9. 구자준 KOVO총재 인터뷰
女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 ‘미래 위한 그림’
올 시즌 유소년배구 육성 시스템 정착 중점
초·중학교 지원금 증액…장학금제도 구축
V리그는 2005년 2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원년 개막전으로 역사적인 출범을 알렸다. 10월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펼쳐질 남자부 OK저축은행-삼성화재전으로 시작되는 2015∼2016시즌이 12번째 시즌이다. 프로화 추진이 몇 차례 무산되면서 경쟁 종목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 대신 시행착오를 줄이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물론 좋았던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그의 존속을 장담하지 못하던 때도, 몇몇 구단의 탄생과 퇴출 과정에서 리그 규모가 줄어드는 위기도 있었다. 지난 시즌 끝까지 마음을 졸였던 위기상황에선 이제 벗어났다.
-마침내 2015∼2016 V리그가 시작됩니다. 여러 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팬들을 위해 올 시즌 어떤 부분이 흥미로울지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신다면.
“남자는 지난 시즌 삼성화재의 독주시대가 마감됐고 다크호스였던 OK저축은행이 우승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모든 경기가 승패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팀별로 전력이 평준화됐습니다. 여자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제도 첫 번째 시즌인데, 토종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띌 것이고 특정 선수에게 집중되는 배구가 사라져 흥미를 줄 것으로 봅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 가장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으로 봅니다.”
-남자부 감독들이 평균 연령 43.1세로 젊어졌습니다. 우리 배구의 황금시대로 기억되는 때에 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많아 더욱 기대가 큽니다.
“젊은 감독들은 젊은 사람들만의 개성이 있습니다. 기존의 룰을 따르기보다는 창의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삼성화재 출신들이 많아 신치용 단장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개성 있는 배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세진, 최태웅, 김상우, 임도헌, 강성형 감독은 나이 드신 분들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아는 유명한 스타인데다 잘 생겼고 해서 배구의 인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여러 팀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인데 각 팀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변화를 실감했습니다.
“존중과 배려는 V리그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고 건강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승패에 집착하거나 편법을 먼저 생각하던 예전과는 달리 좋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젊은 감독들이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오래 친분을 쌓아왔고, 이것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팬이 더 전문가입니다. 팬들이 그런 방향으로 더 응원할 것입니다.”
-이번 시즌 여자부 도로공사가 연고지를 성남에서 김천으로 옮겨 본격적인 지역연고 정착을 시도합니다. 앞으로 V리그가 꼭 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전국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인데요.
-여자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제도가 시행되는 첫 해입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고 리그의 수준이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많은 돈을 투자하면 외국인선수의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우리 선수들의 역할이 떨어집니다. 지금 당장의 재미와 승부보다는 우리 배구의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먼저 생각하고 미래를 봐주신다면 새로운 제도의 존재 이유는 있다고 봅니다. 당장의 한 경기 한 경기만 보지 마시고, 장기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응원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연임하시면서 유소년배구 강화를 중점사업의 하나로 들었는데요.
“유소년배구 육성은 지금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입니다. KOVO와 대한배구협회가 힘을 모아서 유소년배구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금 선수 인원이 모자라 연습경기도 하지 못하는 팀이 많습니다. 이래서는 배구의 발전은 없습니다.”
-KOVO가 유소년 발전을 위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사회를 통해 다양한 방안이 확정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사업은.
“우선 배구를 잘하는 선수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합니다. 초·중학교 선수를 대상으로 해마다 ‘남녀 베스트6’을 뽑아 장학금을 줄 작정입니다. 학부모들이 유망주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데 힘이 들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미래가 걱정돼서, 혹은 힘든 뒷바라지 때문에 배구를 망설이는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태국의 성공사례를 참조해서 작은 키의 선수도 배구를 잘할 수 있도록 배울 것은 배우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소년들에게 비전을 주는 것입니다. 골프의 박세리처럼 롤모델이 배구에서 많이 나와야 합니다.”
-유소년선수 육성사업은 KOVO 홀로 하기에는 현실이나 제도 면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협회와 KOVO가 협력해서 각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KOVO는 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많은 어린이들에게 배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기초적인 기량을 배우고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유소년을 위한 배구교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이를 통해 배구 기량을 익힌 선수가 많이 나와서 이들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해서 한국배구의 자산으로 성장하도록 할 겁니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내자는 것은 아닙니다.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구자준 KOVO총재는?
▲1950년 경남 진양 출생
▲1968년 경기고 졸업
▲1970년 미국 캔자스주립대·미주리주립대 수료
▲1974년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2011년 한양대학교 명예 경영학박사
▲LG정밀 부사장(1994∼1999년)
▲LG화재 부사장(1999∼2000년)
▲럭키생명 대표이사(2000∼2002년)
▲LG화재 대표이사(2002∼2005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부회장(2005∼2008년), 회장(2009년∼2013년 6월)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2012년 11월 23일∼현재)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