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과 투자에 관한 글로벌 규범을 새롭게 만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시작된 12개국 각료회의가 막판 쟁점인 의약품 특허보호기간, 낙농품 수입확대, 자동차부품 수입관세 철폐를 둘러싼 진통으로 협상 시한을 두 차례 연장했지만 오늘 타결을 선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설령 이번 회의에서 최종 타결을 못 해도 협상이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니어서 TPP 출범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일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노동·환경, 서비스·투자 등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메이드 인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21세기 세계 무역질서를 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미일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경제블록이라는 성격도 강하다. 특히 역내 국가에서 조달한 소재·부품을 자국과 동일한 원산지로 인정하게 돼 한국처럼 해외 공장을 많이 둔 국가에는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지금까지 ‘FTA 열등생’이던 일본이 메가톤급 무역지대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반면 비슷한 수출구조를 가진 한국은 뒤처질 위험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한국이 TPP 창립국에서 빠진 것은 전략적 판단 잘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TPP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이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섯 달 전 “지난 정부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 결정적 시기를 놓친 데다 한중 FTA 등 처리할 이슈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 통상질서 참여인 까닭에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자성하는 편이 차라리 솔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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