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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회정치 사상가 혹은 인간 주희를 말하다

입력 | 2015-10-03 03:00:00

◇주희의 역사세계 상·하/위잉스 지음·이원석 옮김/상권 628쪽 3만2000원
하권 816쪽 5만8000원/글항아리
◇주자평전 상·하/수징난 지음·김태완 옮김/상권 1168쪽·하권 1232쪽/각권 6만 원·역사비평사




남송의 사상가 주자는 120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정치, 사회 체제의 근간이 되는 사상을 설계한 인물이다.

중국 송(宋)대의 사상가 주자(본명 주희·1130∼1200)를 조명한 책이 나란히 나왔다. ‘주희의 역사세계’는 상·하권을 합쳐 1400쪽에 이르며 ‘주자평전’은 23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다. 주자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꼽히는 저자들의 책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주자는 근세 동아시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 그만큼 13세기 이후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의 사상 세계와 사회정치 구조에 영향을 미친 인물을 찾기 힘들다. 주자학은 조선 600년 통치의 이데올로기였다.

‘주희의 역사세계’의 저자인 위잉스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중국 사상사에 정통한 역사학자다. 저자는 상권에서 송대의 정치문화 구조를 정치의 주체였던 사대부의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하권에서는 사대부들과 관료집단 사이의 복잡한 정치공학을 보여준다.

저자는 ‘주역’ ‘송사(宋史)’ ‘주자문집’ 등 당대의 주요 문헌과 사대부들이 왕에게 올린 상소문과 일기 같은 풍부한 자료를 통해 당시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 책을 원저로 먼저 읽은 민병희 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주자학이 주로 철학 쪽에서 연구됐는데, 이 책은 역사학적 연구를 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자학을 흔히 심성론 같은 형이상학으로 해석하지만, 이 책은 주자가 현실에 뿌리박은 사회정치 이론가였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1992년에 원저가 나온 ‘주자평전’은 집필에 10년, 번역에 10년이 걸린 역작이다. 한국의 신안 주씨 종친회에서 출간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저자는 중국이 사회주의 혁명을 겪으며 교조적이고 관념적인 사상가로 폄하하던 주자를 피와 살이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낸다. 하급관료의 아들로 태어난 주자의 태생부터 과거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지 못해 고위직에 오르지 못한 사연 등이 등장한다.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주자평전’은 주자를 구도(求道)자로 그린다. 선종에 심취했던 그가 초월적인 종교적 호기심에서 현세로 나아가고, 개인적 구도를 추구하다가 사회사상을 성숙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럼 왜 지금 1000년 전 사상가를 공부해야 하나. 주자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주희의 역사세계’는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대부들이 치열하게 논쟁하면서도 황제를 견제하는 송대 체제에서 입헌군주제의 맹아를 발견한다. 사대부들은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서양 근대의 시민과 비교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로 바라본다.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원리가 동양에서도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공직자 윤리를 주자가 제시했던 수양론에서 찾는다. 이 교수는 “주자의 수양론은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와 그것에 부합하려면 어떻게 마음을 다듬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며 “오늘날 사적인 욕망에만 충실한 정치인들이 주자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는 “주자학은 내면의 혁명을 통해 선한 자를 만드는 학문이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양면성이 어떻게 선한 흐름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