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스반테 페보 지음/440쪽·1만8000원·부키
네안데르탈인 게놈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스반테 페보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들고 있다. 페보는 자신의 작업을 “진화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인간과 뮤턴트들이 같은 시기 공존했던 것은 틀림없는데, 인간들은 왜 사라졌을까? 뮤턴트와의 경쟁에서 도태했을까? 아니면 뮤턴트가 인간을 모두 잡아먹었을까?” “인간과 뮤턴트는 섹스를 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었을까?” “인간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보니 우리와 일부가 같군. 우리는 뮤턴트의 후손이면서 인간의 후손이기도 한 것 같아.”
사실 이는 상상이 아니라 현대 과학이 다루고 있는 주제다. 2010년 놀라운 논문이 ‘사이언스’에 발표된다.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핵 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현대인의 유전자 안에 2만4000년 전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2% 안팎으로 섞여 있다는 것. 기존 학설과 달리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이종교배를 했고, 우리가 그 후손이라는 얘기다. 논문의 저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유전학분과장은 이 유전자를 ‘내적(內的) 화석’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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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같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까지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저자는 죽은 조직에도 DNA가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송아지 간을 오븐에 구워 미라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여기서는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집트의 실제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는 데는 여러 차례 실패하기도 했다.
자신의 기존 연구와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는 1997년에는 모계로 유전되는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해 분석한 뒤 현생인류와 그들이 독자적인 종으로 이종교배를 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논문을 ‘셀’에 실었다.
책은 논문을 실을 학술지 선정이나 연구기금 확보, 과학자들의 협업과 경쟁 등 과학 연구가 어떻게 진척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2006년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을 얻기 위해 크로아티아로 가다가 방문 며칠 전 시료 채취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는다. 채취에 반대하는 누군가의 압력이 들어온 것. 그는 수많은 현지 관계자들을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뼛조각 8점을 얻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고대의 시료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화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가 나타나기 전에 사라졌기 때문에 이종교배는 불가능했다는 반론도 나오는 등 고인류학은 논쟁이 활발한 분야다. 그러나 공상과학 같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지난해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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