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이 20일 JLPGA투어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 데뷔 첫 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김하늘
“아빠, 엄마. 이제부터는 저 혼자 해볼게요.”
지난해 12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를 통과해 올해부터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김하늘(27·하이트진로). 기대와 달리 일본생활은 고됐다. 18개 대회를 뛰면서 단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김하늘이 선택한 변화는 ‘홀로서기’였다. 9월 초 한화금융클래식을 끝낸 김하늘은 홀로 일본으로 떠났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기로 했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걱정보다는 마치 여행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캐디와 ‘우리끼리 2주 동안 신나게 경기하고 돌아오자’고 다짐했다.”
혼자 일본에서 치른 첫 대회는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프로골프선수권이다. 김하늘은 공동 5위에 오르며 시즌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김하늘은 내년 시즌 걱정이 컸다. ‘일본에 남아 있을까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올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성적 부진이 계속된 탓에 주변에서도 한국으로 돌아오라는 권유가 많았다. 기로에 선 김하늘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일본으로 떠났다.
긴장한 탓인지 1번홀(파4)에서 보기를 했다. 정신이 번쩍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욕심 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11언더파만 치자. 그러면 2등은 할 수 있을거야’라고 주문했다. 2등만 해도 내년 시드 걱정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첫 홀에서의 3퍼트는 약이 됐다. 이후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내며 JLPGA투어 데뷔 첫 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2홀을 남기고 너무 떨렸다. 18번홀 파 퍼트는 50cm도 되지 않았는데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집중하고 또 집중했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되새겼다.”
우승으로 김하늘의 고민이 한방에 해결됐다. 걱정하던 부모님도 한 숨 돌렸다. 김하늘은 21일 아침 귀국했다. 2주 만에 집으로 돌아온 김하늘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추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음 편히 프레지던츠컵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