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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취업맘 전업맘의 대결

입력 | 2015-09-21 03:00:00


취업맘 자녀만 어린이집 종일반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부르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부족이다. 예산이 충분하면 종일반(12시간) 맞춤반(6∼8시간)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미 많은 지역에서 재원이 말랐다. 어린이집이 자녀를 빨리 데려가는 전업맘을 선호하면서 취업맘이 소외되고 이것이 여성 취업을 권장하는 추세와 맞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전업맘들이 애용하는 블로그들은 정부에 대한 성토로 도배되어 있다. 전업맘은 육아에 쏟을 시간이 충분한데 어린이집에 종일 자녀를 맡길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본인이 아프거나 집안에 돌봐야 할 노인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전업맘 전체를 국가예산이나 축내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좌파 진영인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이번 조치는 양육의 주체를 여성의 몫으로 간주하는 증거”라며 거들고 있다.

▷야당도 국정감사를 통해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2016년도 보육예산은 10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700억 원이 줄었다.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 맞벌이 여성에게만 종일반 혜택을 주는 것은 약속 파기이자 복지 후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알고 보면 감축된 1700억 원 가운데 1300억 원은 저출산에 따른 자연감소분으로 실제 감축액은 400억 원이다. 전업맘의 종일반 이용을 제한해도 삭감되는 비용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은 복지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새장 속의 새는 창공을 나는 새가 부러워 새장을 나오려 하고, 새장 밖의 새는 먹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새장 속으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 취업맘 전업맘도 새장 속의 새, 새장 밖의 새는 아닐까. 전업맘 취업맘이 고정불변의 집단도 아닌데 편 가르기는 옳지 않다. 취업맘은 언제든 전업맘이 될 수 있고 전업맘도 가족 중에 일하는 여성이 있을 것이다. 취업맘 전업맘의 대결 프레임을 없애야 보육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