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문병일 전무이사
8년 전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작년 세월호 참사까지,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개 끔찍하고 커다란 피해를 유발한다. 해양사고가 더욱 무서운 이유는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근 어민들의 어업환경을 훼손하는 등 제3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천문학적인 복구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경우, 오염물을 제거하고 환경을 복구하는 비용을 포함하여 약 2조 원의 비용이 사고를 낸 선박회사에 청구되었다.
이러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해운회사들이 가입하는 보험이 P&I다. P&I(Protection & Indemnity) 보험이란, 해운회사가 선박을 운항하던 중 발생하는 제3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이다. P&I보험에 가입한 해운회사들은 해양오염으로 인한 방제비용과 어민들의 손해배상, 항만시설과 양식장 등 시설물 복구비용, 침몰선박 인양과 제거비용, 선원과 여객의 인명구조와 수색비용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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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가 설립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은 영국을 비롯한 외국의 글로벌 P&I클럽에 가입하여 고율의 보험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연간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보험료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국내 선사의 선주배상책임보험을 외국의 클럽에 완전히 의존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선박보유량 세계 5위, 해상물동량 세계 5위, 조선업 세계 1위의 해운산업 강국답게 우리만의 P&I클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2000년 1월 26일, 마침내 KP&I가 설립되었다.
한국해운의 경영안정과 발전을 위해서 설립된 KP&I는 설립 당시 조합원 24개사, 가입 선박 125척, 연간보험료 112만 달러라는 초라한 규모로 시작했지만 2015년 현재 조합원 215개사, 가입 선박 1007척, 연간보험료 3200만 달러, 비상준비금 450억 원, RBC(Risk Based Capital) 481%(손해보험업계 1위), ‘AM Best Rating A-Excellent(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과 동급)’로 성장하여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 글로벌 P&I클럽과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KP&I는 조만간 국내 대형화주와 장기 해상운송 계약으로 연결된 대형 전용선과 탱커선 등을 본격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국내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P&I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아랍에미리트, 중국, 인도네시아 등 6개국 선주로부터 선박 48척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연간보험료 약 200만 달러를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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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