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논설위원
뻔뻔한 정치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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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대표는 1996년 총선 직전 신한국당에 영입될 때 측근인 황우여 변호사(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를 전국구 당선권에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전국구 16번을 받아 국회로 진출한 황 부총리가 감사위원을 지냈다. 황 부총리는 이 전 대표가 대법관에서 감사원장으로 갈 때 따라갔다. 그러나 김 감사위원과 같이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정계로 진출한 예는 없다.
감사원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정치권과 친해서는 안 된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검사,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회계감사, 공무원의 직무감찰 업무를 맡고 있다. 행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추상같은 자세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감사원법에도 ‘인사와 직무의 독립성’을 선언하고 있을 정도다.
김 감사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감사원의 2인자인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관가의 친박 실세’로 통한 그는 2년 3개월간 최장수 사무총장 기록을 세웠다. 김 감사위원은 국감장에선 “(출마를) 고민 중이다. 지역에서 출마 요구가 있다”고 얼버무렸지만 감사원 내부에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본다.
김 감사위원이 공을 들이고 있는 진주을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3선에 성공한 곳이다. 진주고 동기동창인 두 사람이 “세게 붙었다”고 지역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지역구를 놓고 당내 경선을 벌이면 현역 의원의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김 감사위원은 지인들에게 “내가 그냥 나왔겠느냐”고 자신감을 표했다고 한다.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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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라인 검증 제대로 했나
김 감사위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은 관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총선에 나오려면 선거일 3개월 전에는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4, 5개월 재직할 사람을 감사위원에 임명한 것은 총선 출마를 위한 배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중립 논란까지 빚을 수 있는 무리한 인사를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은 전말을 알고 있을까.
감사원 사무총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업무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김 감사위원도 우병우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일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민정라인이 검증의 기본인 평판조회조차 소홀히 하는 부실 검증을 했을 수 있다. 그 반대로 출마 계획을 알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면 중대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