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北核-통일에 대한 中의 지원 기대감 커지지만, 中, 北체제 안정을 더 중시… 여전히 강력한核 제재 의지없어 통일도 기존 입장 재확인뿐… 두 정상 나눴다는 전략적 교감 공식협의로 이어질지도 의문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열병식 참석의 본질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게임에서 우리의 좌표를 보여준 그림(optics)에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오른 중국의 위용을 과시하는 행사에 참가한 국가들 면면을 보라. 미국 견제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중앙무대를 장식했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자유민주국가의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라기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지는 행보다.
중국이 박 대통령의 참석에 유난히 공을 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에서 최우선 과제는 한국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떼어놓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막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중국의 부상과 횡포를 견제하려고 해도 한국만 포섭하면 좌절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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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나 도발 억제를 위해 중국만 갖고 있는 압박수단을 사용할 의지가 없다는 데 있다. 북 체제의 안정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착각이나 환상을 가지면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에 청탁해 봐야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고 생색내는 데 이용되거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일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하나 중국 측 언론 발표문에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밖에 없다. 통일 과정에서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의미다.
평화통일에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중국의 거부권을 인정하는 위험한 착각이다. 평화통일을 달성할 방법은 남북 간 합의밖에 없다. 남북이 합의하면 중국이 막을 수가 없고 북한이 싫다면 중국이 강제할 방법도 없다.
중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상황은 북한 체제가 붕괴해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우리의 군사 개입 이외에 북한을 안정화시킬 대책이 없을 경우다. 이런 순간에는 중국의 협조는 못 얻더라도 적극적 방해를 막아야 하므로 사전에 한중 간 전략적 교감과 양해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박 대통령에게 무슨 언질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이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부 간 공식 협의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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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도발을 막는 데도 중국에 청탁하면 혹 떼려다 도리어 혹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측은 “국면을 긴장시킬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북한에 대한 경고로만 해석할 일이 아니다. 한국도 북한을 자극할 한미 연합훈련을 삼가고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응징이나 확성기 방송 재개를 자제하라는 훈계가 함축되어 있다.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우리가 동맹국에서 잃은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있다. 10월 한미 정상회담 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킬 군사적 대책에 합의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