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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홈피 홍보를”… 힐러리의 SOS

입력 | 2015-09-17 03:00:00

지지자들과 비공개 콘퍼런스 콜




“개인적으로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5일 오후 3시경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4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처음으로 지지자들과 비공개 합동 전화통화(콘퍼런스 콜)를 가진 자리에서다.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광풍에 치이고 최근에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으로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 1위 자리까지 내주며 대세론이 흔들리자 ‘SOS(긴급구조신호)’ 모임을 가진 것이다. 기자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의 도움으로 비밀번호 6자리를 받아야 연결되는 통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여 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미 전역에서 연결된 수천 명의 지지자에게 어느 때보다 낮은 자세로 도움을 요청했다. ‘진심으로(sincerely)’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는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저소득층이 미국에 아직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선 공약과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고 했다.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힐러리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최대 약점이라는 지지자들의 조언을 감안한 듯했다.

발언 곳곳에서도 ‘집토끼’인 지지자들을 모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그는 “여러분 가족과 이웃, 주변 누구에게라도 내 홈페이지(www.hillaryclinton.com)를 알려 지지자를 늘려 달라. 우선 온라인으로 결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홈페이지 주소를 또박또박 불러주기도 했다. 그러더니 “선거를 치러 보니 돈이 중요하더라.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큰 도움이 된다”며 “소액이라도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최근 샌더스 의원에게 아이오와,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나는 다시 힘을 내서 민주당 대선 경선은 물론이고 내년 11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대착오적인 공화당 세력이 다시 미국을 장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며 트럼프를 공격하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클린턴 전 장관이 다음 달 13일 민주당 첫 대선 주자 토론회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반전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로 ‘월가 금융기관 해체’ 등 부자들의 탐욕을 겨냥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 공약의 허구성을 비판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 몬머스대의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지지자로부터 37%를 얻어 샌더스 의원(43%)에게 6%포인트 뒤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