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시대, 이러한 자폐와 실망의 시대에 우리 주변에 마지막까지 남은 카세트테이프들이 세상에 은은한 빛이 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 대전’(오가미 아키히로 등·다쓰미출판주식회사·2015년) 》
음악은 청춘이자 추억이다. 물론 음악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아련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음악을 담는 그릇 이른바 음반 중에서도 유독 추억이 깃든 매개체가 있다. LP와 함께 1960∼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카세트테이프, 특히 ‘공테이프’다.
공테이프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라디오다. 지금의 30, 40대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영팝스’ 등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해 나만의 모음집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연인이 생기면 백 마디 말 대신 스티비 원더의 ‘유 아 더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 같은 사랑 노래를 녹음해 건넨 기억도 있다. 음반 살 돈이 없어 친구에게 음반을 빌려 더빙해 듣기도 했다.
카세트테이프의 역사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앨범, 김광석 헌정 앨범 등이 카세트테이프로 한정 생산된 바 있다. 스마트폰, MP3플레이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얘기들이 ‘쉰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초 만에 다운로드 받고 싫증나면 ‘삭제’ 버튼을 누르는 ‘디지털 키즈’는 모를 것이다. 언니 오빠들이 왜 그토록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공테이프에 음악을 담았는지. 음악은 그들의 청춘이자 추억이기 때문에….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