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문화부 기자
“리플이 다 ×치남 판이다. 패러 가자.”(메갈리아)
9일 자 본보 24면에 ‘남과 여, 서로의 반쪽 아닌 적? 이성 잃은 이성 혐오 시대’ 기사가 나간 뒤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 나타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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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혐오’는 일탈한 일부를 넘어서 점차 일반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 계간지 ‘세계의 문학’이 가을호에 ‘극혐’(극히 혐오한다는 뜻)을 주제로 이성 혐오를 특집으로 다루는 등 여러 매체가 관심을 보이는 뜨거운 이슈다.
본보가 650여 명에게 설문조사해 이성 혐오를 다룬 이유는 ‘도대체 여혐, 남혐이 왜 번지는지, 그 해법은 뭔지’에 대해 단편적 사례나 전문가 분석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일상생활에서 남(여)성 비하 용어를 썼다는 사람은 의외로 많았다. 남자는 절반이 넘었고 특히 10대에선 10명 중 6명꼴이었다. 여성도 25%가 써 봤다고 했다. 이유는 “상대 성이 한심하다고 생각해서”가 남녀 모두 가장 많았다. 상대 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자신들을 무시해서”였다.
그만큼 이성 혐오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상대 성에 대한 뿌리 깊은 반목의 결과라는 뜻이었다. 2300여 개의 댓글도 그런 흐름을 증명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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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혐오를 더이상 방치할 수준은 지났다. 인터넷 군중심리로 이성 혐오에 휩쓸리는 것을 막을 방안이나 이성 혐오를 완화시킬 방법을 남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다. 그래도 불이 난 초기에 진화해야 ‘들불’처럼 번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김배중·문화부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