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중 관계 강화나 경제협력 증진과 같은 당연한 목표를 제외하면 크게 두 가지 사항에 초점을 집중시켰다. 그 하나는 북한의 도발 억제 및 한반도 통일과 관련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방문 내내 한반도 긴장 완화와 관련한 노력을 평가하고 북한의 변화를 위한 역할을 촉구함으로써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다른 하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추진이었다. 이는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실마리를 찾으려는 시도로 미국 방문을 앞둔 박 대통령에게는 매우 시급한 과제였다.
박 대통령의 방문을 맞이하는 중국의 태도가 매우 각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한중 밀월’을 뒷받침할 만한 획기적인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의 불안정을 촉발시키는 행위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강조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불참이 보여주듯 북-중 관계가 냉각 상태에 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은 것이다. 아울러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었지만 일본의 침략에 초점을 집중시키려는 중국은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문제를 둘러싼 한중 사이의 공조가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고 로드중
다음으로 원칙과 유연성의 조합을 통해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했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열병식은 중국을 방문할 적절한 기회는 아니었다. 그러나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희망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의 관계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석이냐 불참이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매몰되지 않고 열병식에 참석하면서도 우리의 의제에 집중한 것은 수동적이라고 평가되는 현 정부 외교정책의 결함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중첩시킴으로써 우리의 대외적 적극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앞길에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적으로 제기될 비판은 보수정권인 현 정부가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본격적인 도전은 미국 방문이 될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나 남중국해처럼 미중 사이의 갈등이 첨예한 문제 대신에 한반도 안정과 같은 양국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우리의 적극성이 계속해서 발휘된다면 이제 막 시작된 변화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고 또 우리의 국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