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 역시 박 시장처럼 재임 중 대선 주자로 꼽혔다. 박 시장이 모든 걸 베낄 필요는 없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시장이 되고 싶다’는 은유적 목표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지금은 두 사람이 뭘 잘했는지 한번 짚어 봐야 하지 않겠나. 이 전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이나 환승 할인, 서울 도시 경쟁력 강화 정책 같은 주력 사업이 시민의 호응을 얻었고 대통령 당선에도 큰 힘이 됐다. 화두는 단연 청계천 복원이었다.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터전을 옮기지 않겠다고 반대하는 청계천 상가 상인들을 시장이 직접 만나 설득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상인들은 가든파이브 이주를 결정했고 청계천은 완공됐다.
박 시장이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 사업을 발표한 이후 당시 관할 중구의 김찬곤 부구청장은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서울시 후배 공무원들도 몰랐는지, 아무도 한마디 귀띔해 주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요즘도 반대 주민들은 ‘시민참여 경청 없고 대체도로 없는…’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한다. ‘소통’은 이미지가 아니라 몸이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다.
박 시장은 고가도로 공원화는 물론 인권과 도시농업, 각종 복지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의 주요 정책을 직접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할 때 질문과 지시 사항이 쏟아진다”, “(고위직만 모은) 단체 카톡방에서 시장 질문에 응답하기 바쁘다”고 하소연하는 공무원이 여럿이다. 매사 꼼꼼한 게 리더의 단점일 수는 없다. 하지만 실질 권한을 주지 않고 지시만 쏟아 내면 공무원은 뛰지 않고 시장만 쳐다본다. 시장이 시키는 대로, 시킬 때까지 기다려서야 임기 중에 달성될 정책은 없다. 다행인 것은 박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는 점이고 대선 때까진 뭔가 이뤄 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