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9월의 주제는 ‘허례허식’]<168>장례식장 골칫거리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 혹은 백합 근조 화환은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남은 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보다는 주는 쪽에서는 생색내기, 받는 쪽에서는 지위나 영향력 과시 등 허례허식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환을 필요 이상으로 주고받다 보니 남는 화환을 다시 판매하는 이른바 ‘화환 재활용’ 문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부 업자는 약 10만∼15만 원인 큰 화환 1개를 배달한 후 상주가 받은 화환을 쓰지 않을 경우 시든 꽃송이나 리본만 바꿔 이를 다른 장례식장에 되팔고 있다. 최근에는 조화로 만든 근조 화환도 많아 재활용하기가 더 쉬워졌다.
주고받는 화환이 대부분 크기가 가장 큰 3단 화환이라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애경 단국대 교수(환경원예학)는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는 등 우리나라 정서상 당장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허례허식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4년 전 ‘신화환’을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크기는 3단 화환(160∼230cm)보다 작고(150∼200cm), 조화가 아닌 생화를 써서 재활용을 막고 화훼 농가를 돕자는 취지를 담았다. 화훼농가도 이를 반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환 대신에 20kg짜리 쌀을 받아 장례식이 끝난 후 ‘기부’를 하는 등 허례허식 근절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