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발의로 다시 불거진 ‘배임죄’ 형법조항 논란
형법 355조 2항은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계는 적용범위가 너무 넓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경영자가 합리적 경영판단을 내렸어도 결과가 나쁘면 배임죄로 처벌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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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범위가 애매하다 보니 법원 판결도 오락가락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경영판단과 관련한 배임죄 판례 37건 중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바뀐 경우가 12건이나 됐다. 2013년 형법상 배임죄 무죄율은 5.4%로 전체 형법 범죄 무죄율인 1.7%보다 높다.
정 의원은 기존 배임죄 조문을 크게 바꾸지 않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특정 ‘목적’이 있을 때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현행 조문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해외 사례를 감안한 것이다. 배임죄는 일본 독일 등 극소수 국가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애매하거나 폭넓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이익을 도모하거나 손해를 가한다는 목적’이 있을 때만 배임죄로 처벌한다. 독일은 배임죄에 해당하는 주체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배임죄 처벌도 극히 드물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기업경영의 본질은 위험 추구에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패할 경우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얻으려고 그렇게 됐다’고 치부해 버리고 배임죄로 처벌하면 경영자가 위험을 무릅쓴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정 의원의 개정안을 환영했다. 재계는 나아가 정상적인 경영판단 과정을 거쳤다면 비록 회사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상법에 명문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회사법 등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규정해놓고 잘못된 경영판단을 법적 잣대로 판결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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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lovesong@donga.com·이샘물·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