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위쪽)은 8회에 무서워진다. 지고 있더라도 뒤집을 수 있는 뒷심이 발휘된다. 한화(아래쪽)와 NC는 1회부터 상대의 기선을 제압해버리고, 두산과 넥센은 경기 중반 승부를 결정짓는 힘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지다가도 8회만 되면 반전
상대팀 불펜에는 ‘공포의 이닝’
한화, 1회 ‘3할대 타율’로 극강
두산 5회 다득점·넥센 4회 27홈런
삼성 이승엽(39)은 한국야구국가대표의 역사에 ‘8회의 기적’이라는 단어를 선물한 선수다.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8회 약속이나 한 듯 이승엽의 타석이 자주 돌아왔고, 그때마다 결정적 한방을 때려내면서 가장 극적인 환희를 만들어냈다. 비단 이승엽뿐만이 아니다. 그의 소속팀 삼성은 올 시즌 8회 성적이 눈에 띄게 좋다. 다른 팀들도 경기 도중 유독 점수를 많이 뽑아냈던 ‘극강’의 이닝이 따로 있다. 그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에는 다른 이닝과의 격차가 뚜렷하게 크다.
● 삼성의 8회는 ‘약속의 이닝’
삼성은 그야말로 ‘8회의 팀’이다. 1위 수성에 중요한 고비였던 1일 마산 NC전에서도 8회초 공격에서 승부를 뒤집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조차 “8회가 되면 나 역시 내심 기대가 되고, 선수들도 ‘8회가 왔다.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실체 없는 느낌이 아니다. 기록이 증명한다. 1일까지 삼성은 올 시즌 8회에만 타율 0.329, 16홈런, 99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반 뽑아내는 점수는 상대팀에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을 안기고, 상대의 반격 시간도 최소화한다. 각 팀 불펜투수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다. 삼성이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 NC&한화, 1회에 강한 ‘초전박살’의 팀
● 두산&넥센 타선은 4·5회에 점화
두산과 넥센 타선을 만나면 경기 중반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4회와 5회가 고비다. 넥센은 4회 그야말로 펄펄 난다. 타율이 0.337로 전 이닝을 통틀어 가장 좋고, 4회 타점이 114점으로 유일하게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홈런도 27개나 때려냈다. 넥센의 홈런수는 3회와 4회 27개, 5회 26개로 경기 중반에 많이 분포돼 있다. 두산은 5회 특히 점수를 많이 냈다. 타율(0.315)과 타점(85점) 모두 5회 성적이 최고로 좋다. 홈런은 4회에 18개를 몰아 쳤다. 5회를 넘겨야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선발투수들에게는 두산전과 넥센전이 큰 고비다.
마산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