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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치권, 역사문제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입력 | 2015-09-02 10:33:00

한일관계 개선, 젊은이들에게 기대한다
-한일포럼, 처음으로 주니어포럼 개최




주니어포럼을 열기에 앞서 양국 학생들과 한일포럼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의 웃음이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인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국회의원, 경제인. 언론인 등이 모여 양국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제안도 하는 한일포럼이 올해는 8월 27~2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포럼은 1993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출범해 올해로 23회째. 매년 한차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고 있다. 올해는 한국 측 회장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등 한국에서 24명, 일본 측 회장인 모기 유자부로 (주)기코망 회장 등 일본에서 25명이 참석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일은 포럼이 발족한 이후 처음으로 마지막날인 8월 29일 주니어포럼을 개최한 것. 주니어포럼은 한일 간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젊은이들의 상호이해와 유대강화, 직접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열게 됐다.

8월 2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일 주니어포럼. 양국의 대학과 대학원생 19명이 두 나라의 차이를 확인하고,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오른쪽은 옵서버로 참석한 한일포럼 멤버들. 사진 제공 한국국제교류재단


주니어포럼에는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생 10명, 일본에서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의 전공은 다양하지만 상대국에 대한 관심과 인연이 많거나 상대국에 유학 중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양국 사정에 모두 밝아 속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 참석자들은 3시간 동안 ‘차세대가 본 한일관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한국과 일본 각 1명)를 듣고, 양국의 관계개선방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일 양국 간에는 역사인식 등에 따른 이견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안보다 기존에 나온 방안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엘리트 중심의 활동에서 일반국민들이 상대국가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며, 양국의 지도자나 정치권이 역사문제를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기존의 도식에서 탈피하고, 양국 기업이 상대국의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며, 역사문제와는 별도로 경제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언론은 상대국가의 나쁜 점만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이했던 점은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를 무리하게 극복하려 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의견과, 전쟁을 겪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젊은 세대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 이런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역사 갈등의 장기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니어포럼 참석자들의 현실인식과 미래전망은 한일포럼에 참석한 양국 전문가들의 그것과 비슷한 점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다. 다만, 이들이 양국의 주류가 될 때는 두 나라 관계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수확이었다. 이들은 역사인식의 결정요소 중 하나인 ‘배타적 감정’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상대국 젊은이들과 현실 속에서 ‘스킨십 교류’를 하고 있는데다, 미래에 양국이 협조할 글로벌 과제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

유명환 한국 측 회장은 “양국의 역사인식과 의식구조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젊은이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한일포럼은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보도를 할 때는 특정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