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최초의 자체 제작 엔진인 2.0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한 XE 디젤 모델은 감각적인 스포츠 주행 성능, 엔트리급을 넘어서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첨단 주행 기술이 적용된 수입 중형 스포츠 세단 시장의 다크호스다. 사진제공|재규어 코리아
■ ‘재규어 XE’ 시승기
재규어 첫 자체 제작 ‘인제니움 디젤 엔진’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혁신적 성능·디자인
F타입 실루엣, 공기저항계수 0.26 역대급
‘수입 중형 세단 시장을 재편할 재규어의 강력한 무기.’
최근 많은 럭셔리카 브랜드가 대중화를 염두에 둔 엔트리급 모델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도 엔트리급 모델인 전륜구동 스포츠 세단 XE를 출시했다. XE는 단순히 브랜드 입문용 모델이라고 평가하기엔 매우 유니크하고, 강력하며, 매력적인 성능과 스타일을 지녔다. 벤츠, BMW, 아우디 등의 독일 3사가 점령하고 있는 국내 준중형, 중형 세단 시장을 재편하기에 충분한 가격과 상품성을 갖췄다. 27일 강원도 강릉에서 대관령, 동해고속도로, 정동진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총 주행거리 178km의 코스에서 재규어의 XE의 매력을 경험해봤다. 시승 모델은 2.0디젤 엔진을 장착한 주력 모델 ‘20d R-SPORT’다.
●XE만을 위해 설계된 엔진과 차체
재규의 XE는 이전 재규어 X타입이 타 차종과 부품을 공유하던 것과 달리 완전히 독립적인 설계로 태어났다.
엔진도 특별하다. 2.0리터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터보차저가 장착되어 있으며, 최고 출력은 180마력, 최대 토크는 43.9kg·m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소음과 진동도 상당히 개선된 재규어 브랜드 최초의 자체 제작 엔진이다. 특히 고속 주행 시 경쟁 모델 대비 상당히 뛰어난 정숙성을 보였다. 촘촘하고 빠른 반응 속도의 ZF 8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시승 내내 어떤 속도에서도 가속 스트레스 없는 탁월한 스포츠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패들 쉬프트까지 갖춰 더 감각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에코, 다이내믹, 윈터 등 3가지 주행 모드도 제공한다.
● F타입의 실루엣이 녹아있는 디자인
디자인도 아름답다. 누가 봐도 한 눈에 스포츠 세단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쿠페 스타일의 비율을 갖췄다. 세단이면서도 마치 재규어 F타입처럼 납작하게 누운 전면 유리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사실 XE에는 재규어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F타입의 실루엣이 상당부분 녹아있다. 공기 저항계수도 0.26으로 역대 재규어 중 가장 낮다.
차량 하부 설계도 특별하다. 언더 플로우 디퓨저를 적용해 공기 저항을 감소시켰다. 앞 범퍼 흡기구도 에어로 다이내믹스에 도움을 준다. 공기 흐름을 앞바퀴 표면 위로 유도해 항력을 줄여준다. 디자인적으로도 멋있다.
앞좌석 인테리어-뒷자석 인테리어-엔진(맨 위쪽부터)
● 자존심을 지킨 실내 인테리어
대부분의 엔트리급 모델들은 실내 인테리어에서 상위 모델들과 큰 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재규어 XE는 다르다. 성능과 외부 디자인은 물론 실내 감성 만족도까지 높았다. 476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뒷좌석 공간도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키 180cm의 남성이 운전석에서 편안한 포지션을 취하고, 역시 180cm의 남성이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도 무릎 공간이 남을 정도다. 트렁크 공간은 약간 작은 편이지만 골프백은 실린다.
● 스포츠 세단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성능
재규어 XE의 본질은 역시 달리기 성능에 있다. 제로백은 7.8초.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라 불리는 BMW 320d(7.4초)와 비교해 0.4초 느리지만 보통의 운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대토크 43.9kg·m은 1750∼2500rpm의 실용 가속 영역에서 발휘된다. 초반 가속, 저·중속, 고속 추월 가속 시에도 망설임 없는 앙칼진 가속능력을 보였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의 조작감도 만족스럽다.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노면 정보를 묵직하게 잘 전달한다. 재규어 최초로 유압식이 아닌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채택하고 있다.
코너링 능력은 특히 발군이다. 대관령의 거친 와인딩 로드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예리하고 날카로우며 안정감이 넘친다.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럴 링크 방식 서스펜션은 도로의 자잘한 충격 모두 흡수하며 부드럽고 단단하게 달린다. 앞, 뒤 무게 배분 50:50의 뛰어난 차량 밸런스가 만들어내는 기민한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헤어핀에 가까운 코너에서도 더 과감한 돌파가 가능하며, 운전자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안정적인 코너링 성능을 보인 원동력은 XE에 적용된 토크 백터링 기술에 있다. 코너에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더 안정적인 코너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강릉 |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