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는 데 대해 일본이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의 기념행사는 과거에 치중한 것이며 유엔은 회원국들이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엔 회원국이 제3국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놓고 사무총장에게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2차대전 종전 70년을 맞고도 진솔한 반성을 회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반 총장이 한국인이어서 나선 것이라면 더 옹졸하다.
반 총장은 일본의 항의에 대해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교훈을 배워왔는지, 그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더 밝은 미래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열병식 참석의) 주된 목적”이라고 상세하고도 단호하게 답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보이는 퇴행적 입장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중국의 초청을 받았으나 참석을 포기했다. ‘항일전쟁 승리’를 강조하는 행사에 패전국 대표로 참석하자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도 일본에는 대중(對中)외교의 손실로 여겨질지 모른다. 아사히신문의 지적대로 “인권을 경시했던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 종전 70주년을 맞은 시점의 과제”라면 일본은 과거 위안부 피해자에게 자행했던 인권 경시를 반성하고 적극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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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룡해 비서가 참석하지만 중국이 김정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에 따라 북-중,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이 중국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에 반발하게 되면 한미일 대북(對北) 공조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아시아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승절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이 동북아의 새판을 짜는 외교 능력을 발휘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