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 흥행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
안국진 감독은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뭐냐고 묻자 “블랙코미디 요소가 있는 스릴러나 저예산으로 시도할 수 있는 진짜 리얼리즘 영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구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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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수남이 ‘알바’ 끝에 달동네지만 집 한 채를 산다. 보통 주인공이 재개발 때문에 셋방에서 쫓겨나는 줄거리를 상상할 텐데 반대다.
“뻔한 전개를 피하고 싶었다. 주인공이 세입자였다면 집을 사고 갈등이 끝났을 거다. 수남은 집주인이 됐는데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오히려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충돌하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수남이든 동네 주민이든 상대를 이해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없이 자기 욕심으로만 상대를 대한다.”
―수남 역을 연기한 이정현이 굉장히 고생했을 것 같다. 납치·감금·고문에 대형 세탁기에 직접 들어가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속사에 처음 출연 제의를 했을 때는 거절당했다. 내 시나리오를 좋게 본 박찬욱 감독님이 다시 정현 씨에게 직접 시나리오를 보내줘서 승낙 받았다. 나로서는 정말 행운이었다. 정현 씨는 시나리오상의 행동뿐만 아니라 이면의 감정이나 동기까지 이해하려 하더라. 3분의 1 정도 찍고 나서는 연기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배우가 이렇게 창조적인 직업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남의 ‘원맨쇼’에 가깝다. 요즘 여자 배우가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수남은 굉장히 적극적이다. 장애가 있는 남편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약자 중의 약자인 여자가 악조건 속에서 애를 쓰면 그 심정이 더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수남의 캐릭터를 만들며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굉장히 활동적이고, 잠시도 일을 쉬지 못하신다. 과연 어머니의 의지와 생활력이라면 수남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수남은 때로는 소녀 같지만 때로는 굉장히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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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