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외교로 주도권 잡아라]
외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과감하게 ‘실리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외교 관계에서 근본주의적 접근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과거와 미래,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실리 외교 전환을 요구하는 주변 정세
반면 일본의 ‘실리 외교’는 치밀했다. 일본과 미국은 4월 28일 ‘미일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하고 과거 적대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으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미일 관계를 다진 일본은 중국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일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타진하는 동시에 9월 3일 항일 전승절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의 패전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겠다고 나서는 것. 이런 변화 기류 속에서 하반기에 줄줄이 예정된 다자 외교 무대나 한중일 정상회의에서까지 원칙에만 매달리다간 동북아 외교 지형 변화 구도에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중일 정상회의로 계기 마련되나
요동치는 동북아 질서는 위기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대국들의 세력이 조정되는 과정에 한국이 빈틈을 파고드는 외교력을 발휘하면 전략적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미국과 중국의 꽉 막힌 틀을 뚫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대신 한중일 정상회의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대북 관계에서 중국이 행동에 나서도록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한국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된다는 것.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에 있어 한국은 일본 고립을 유도하는 전략적 카드이자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충지대”라며 과거와 미래를 분리한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는 실리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문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요인도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