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는 국가나 시장 아닌 제3의 영역서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경제활동 고용 없는 성장 현실에서 일자리-복지 두 토끼 잡을 대안 이 자본주의 경제의 진화를 자본주의 위협 유령으로 보는건 기득권 보수의 탐욕-무지 때문
이제 그 ‘유령’이 출몰한다는 현장 두 곳을 방문해 보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마을’에서는 2004년 9월 문을 연 성미산학교를 시작으로 주민 1000여 명이 스스로 공동 육아를 하며, 음식점, 반찬가게, 중고품가게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마을공동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좌파 양성소’로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모범사례로 꼽는다. 최근 ‘작은나무 카페’라는 이 마을 사랑방이 임차료 문제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또 다른 현장인 ‘동네빵네 협동조합’은 2년 전 서울 서대문과 은평 지역에서 경력 30∼50년을 자랑하는 동네 빵집 사장 11명이 모여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이다. 지역사회 기여와 ‘정직한 빵’을 자부하는 이들이지만 마케팅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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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작가의 인식과는 달리 유 전 대표는 시장지상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더구나 정치적 신념은 종교가 아니다.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정상이다. 좌파 386들은 시대가 변해도 낡은 신념을 그대로 고수해 왔다. 그래서 우파 논객들이 그들을 ‘고장 난 시계’라고 질타하지 않았던가.
노무현 정부 이래 우리 사회는 두 가지 큰 환경변화를 맞이했다. 첫째,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다. 생산 현장에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보급이다. 스마트폰 사용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를 잘 보여준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은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 그리고 소년소녀가장이나 빈곤층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기득권 보수의 해법은 무엇인가. 사회적 경제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어서 유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인가.
기업이나 공공 부문이 만드는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환경변화를 외면한 채 “성장만이 일자리 해법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탁상공론이다. 사회적 경제가 만드는 일자리에 주목하라. 복지도 마찬가지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모든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적 경제가 만드는 일자리만큼 복지 수요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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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벽은 높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해 동네빵집이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독과점이란 시장 실패를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시사IN 김은남 기자가 ‘이런 협동조합이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지적한 대로 정부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유 전 대표는 사회적 경제가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이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주장한다. 이런 진화를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유령으로 생각하는 건 기득권 보수의 탐욕이거나 아니면 무지 탓이다.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유 전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남에 따라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그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 중이다. 복지와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사회적 경제라는 ‘창조경제’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김인규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