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암살’ ‘미션 임파서블’ 피아노협주곡에서 오페라까지… 주요 모티브-분위기 설정에 사용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왼쪽)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상하이 미라보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히 흐른다. 흥미진진 제공
영화 ‘베테랑’에서 트럭운전사 배 기사(정웅인)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사무실에서 전 소장(정만식)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장면은 이후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이때 흘러나오는 서정적이고 비장한 클래식 음악은 이탈리아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서 유명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이여(카스타 디바·Casta Diva)’. 여사제인 주인공 노르마의 복잡하고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부드러운 클래식 곡을 통해 조태오 측이 가하는 폭력의 시각적 느낌은 약화시키는 반면, 피해자 측의 정서는 보다 강하게 관객의 뇌리에 남기를 원했다”며 “고급 취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 조태오에게 어울린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과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처음 만나는 상하이 미라보 호텔. 여기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2악장이 잔잔하게 흐른다. ‘로망스’로 불리는 2악장은 둘이 싱겁게 헤어지지만 앞으로 애틋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거친 만주에서 살다가 화려한 상하이로 처음 온 안옥윤에게 휴식 같은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암살’에선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등 가볍고 경쾌한 음악이 자주 사용돼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시대극의 분위기를 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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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