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주자 색깔 드러내는 캠프별 온라인쇼핑몰
미국 대선 경선 주자들이 홈페이지에서 파는 기념품에도 각 주자들의 특성이 묻어난다. 위부터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젭 부시 후보의 기념 티셔츠들.
이 제품들은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입는 ‘비매품’이 아니다. 대선 주자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공식 선거상품이다. 대선 주자들이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팔아 선거자금을 모으고 인지도도 높이는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문화다. 우리로 치면 ‘박근혜 모자’ ‘문재인 티셔츠’를 파는 셈이다. 이전 대선 때에도 유사한 쇼핑몰이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돈 선거’ ‘이미지 캠페인’이 강조되는 2016년 대선에선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모자, 티셔츠 등으로 엇비슷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상품 카테고리는 훨씬 다양하다. 티셔츠도 라운드, 브이넥은 물론이고 탱크톱, 클린턴 전 장관 얼굴이 프린트된 박스 티셔츠 등 13종이나 된다. 가격은 20달러에서 30달러(약 3만5000원)까지 좀 더 비싸다. ‘Grillary(Grill+Hillary)’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바비큐용 앞치마까지 있다. 그러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막상 손이 가는 제품은 별로 없는 뷔페식당 같은 느낌을 준다. 중산층 경제 활성화 대책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대표 어젠다가 없어 지지율이 흔들리는 클린턴 전 장관의 캠페인과 비슷하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클린턴 전 장관을 맹추격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쇼핑몰은 ‘중산층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그의 선거전략만큼이나 파는 제품도 간소하다. 의류는 티셔츠 한 종류를 색깔만 달리해 15달러(약 1만7000원)에 전시해놓고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쇼핑몰은 판매 제품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관리 상태도 허술하다. 25달러인 티셔츠 중 일부는 구겨진 제품이 쇼핑몰에 그대로 전시돼 있어 트럼프 돌풍에 직격탄을 맞아 정신없는 부시 선거캠프의 속내를 짐작게 한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 벤 카슨 전 신경외과 의사 등 다른 주자들은 아직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지 않았다. 아직 주자별 쇼핑몰 판매액은 집계되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이르면 다음 달에는 쇼핑몰을 통한 선거자금 모금 중간 집계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