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14 시즌 꼴찌 이상민 감독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뒤)과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합류한 리카르도 라틀리프(오른쪽), 주희정이 1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내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와 주희정에게 각각 ‘팀 승리의 주연’과 ‘군기 반장’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프로농구 삼성의 이상민 감독(43)은 “현재 삼성 선수들의 경기력을 키로 비교해 달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자신의 눈높이에서 선수들을 볼 때 부족한 점이 많지만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이들을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켜 보겠다는 얘기였다. 이 감독도 일찍부터 명성을 떨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홍익대사범대부속고 1학년 때 키가 172cm밖에 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키 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음식을 먹는 등 노력 끝에 고교 졸업반 때 182cm까지 성장했고, 동국대총장배 대회 우승(1990년)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이 감독은 “사실 내 목표는 185cm까지 자라는 것이었다”면서 “나는 실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기량을 빠르게 발전시켜 내 ‘희망 신장’까지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2016시즌을 준비 중인 이 감독은 “선수 때는 늘 목표를 높게 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몽 같은 사령탑 데뷔 시즌을 보낸 탓인지 2년 차 감독의 포부는 조심스러웠다. 선수시절 9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농구 최고의 별이었던 이 감독이지만 감독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2014∼2015시즌)에 10개 구단 중 최하위(11승 43패)의 수모를 겪었다. 그는 “선수 때도 그렇게 많이 패한 적은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와 주희정에게 각각 ‘팀 승리의 주연’과 ‘군기 반장’이 되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는 “모비스에서 라틀리프는 함지훈 등 노련한 동료의 도움을 받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어리기 때문에 기복이 있다. 스스로 팀 승리의 주연이 돼야 한다. 고참 주희정은 SK에서처럼 후배들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했다. 주희정은 후배들과 주 4회 자체 야간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라틀리프는 “모비스에서도 함지훈이 부상당하면 내가 팀의 중심을 잡았다”며 웃었다.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지난 시즌까지 이 감독의 은사인 ‘만수(萬手)’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데리고 있던 선수들이다. 이 감독은 연세대 시절에 코치인 유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 감독은 “유 감독님께서 두 선수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잘 활용해 봐라’고 하셨다. 또 ‘나도 사령탑 초기 힘든 시절을 견뎌내며 농구 색깔을 찾았다’며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이상민 감독만의 농구를 찾아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 유 감독은 이번 시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삼성은 모비스에 특정 팀 상대 최다 연패인 ‘20연패’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라틀리프 등을 앞세워 반드시 모비스를 꺾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1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2015 농구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65-87로 졌다. 삼성은 라틀리프(19득점)와 문태영(15득점)이 활약했지만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탓에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에 계속 약점으로 지적되던 가드진의 부진이 겹치면서 큰 점수차로 졌다. 이 감독의 퍼즐 맞추기는 계속되고 있다.
용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