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이회선 전북대 교수
전북대 이회선 교수는 세계 최초로 살인 진드기를 방제하는 신약 물질을 찾아냈다.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과 네이처지 편집위원에 위촉되는 등 최고 과학자로서 공적을 쌓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이회선 전북대 생물환경화학과 교수(54) 팀은 지난해 말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와 집먼지진드기를 죽여 없애는 새로운 바이오 물질을 찾아냈다. 이 교수팀은 한약재인 ‘파극천’의 추출물을 솜에 묻혀 살인 진드기를 가두고 훈증시키거나 살인 진드기가 포진한 종이에 발라 방제 효과를 조사했다. 결과는 살인 진드기 전멸이었다. 크기가 작고 투명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집먼지진드기는 이 추출물에 노출되자 몸이 검게 변하면서 죽었다. 기존 화학 약품에 비해서는 방제 효과가 200배 이상 높았다.
이 교수는 “10년 전부터 진드기 방제에 효과가 있는 식물 추출물을 찾아 왔고 지금까지 2만 종 이상을 실험했다”며 “그 가운데 파극천 추출물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과학저널인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2014년 12월호에 게재했다. 상용화를 위해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연구진은 진드기 방제물을 스프레이나 방향제 등 형태로 개발하면 침구나 의류에 뿌려 진드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수가 전북대 농대를 졸업하고 1988년 호주로 유학 갔을 때 오늘날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가장 기초적인 화학 공식조차 모르는 유학생이었다.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겠다는 맹목적 열정 하나뿐이었다. 다행히 자신과 마음에 맞는 지도교수를 만나 미생물학에서 생화학과 효소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실험실에서 하얗게 지새운 수많은 밤은 호주의 최고 명문인 시드니대 역사상 최단기 학위 취득이라는 선물을 그에게 안겼다. 남들의 절반도 안 되는 기간(석사 1년, 박사 2년 반)에 학위를 받았다. 이어 스위스 다국적 제약회사인 시바-가이기에서 연구원으로 보낸 4년은 과학자로서의 기반을 확실히 다진 시기였다. 세계적인 과학자 4000여 명과 경쟁하고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1996년 회사에서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서울대 농생물학과 연구교수와 성균관대 약대 특별연구원, 미국 농무부 연구원 등을 지내며 생화학과 분자생물학, 천연물화학의 결합이라는 자신만의 분야를 찾아냈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신약과 농약 사이에 ‘의약 외(外) 약품’으로 불리는 틈새 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고교 시절 사고로 한 쪽 귀의 청력을 잃어버린 그는 고된 연구 과정에서 대장 종양으로 수술을 받는 등 시련이 끊이지 않았다.
1999년 모교인 전북대 농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그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네이처지에 논문을 싣고, 한림원 회원이 되고, 퇴임식에 길러 낸 제자의 절반 이상이 참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두 가지 목표는 이뤘다.
○ 독보적인 바이오 신약 연구
이 교수는 앞으로 네이처나 네이처 자매지에 투고된 논문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심사 논문에 대한 최종 결정 등을 하게 된다. 국가행정연수원 우수특허상, 과학기술우수논문상, 화농학술대상, 기창학술상, 교육부 장관 최우수 논문상 2회 등 국내외에서 받은 상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항당뇨합병증 치료제와 항알레르기, 항혈소판, 장내 미생물, 살인 진드기, 바이오마커 등 바이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LED의 특수 파장을 이용해 쌀바구미를 박멸하는 농업 해충 분야와 천연 바이오 농약 소재 개발 분야에서 상용화를 앞둔 연구가 많다. 아직 이뤄야 할 대목이 남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연구에 매진하면서 저처럼 ‘지방대 농대’ 출신이라는 괄시를 받지 않도록 좋은 후배이자 제자를 많이 길러 내는 게 제 마지막 바람입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