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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제주 해군기지 반대글 삭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

입력 | 2015-08-16 15:47:00


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주해군기지 반대글을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삭제한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부장판사 오성우)는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해군기지 반대글을 올렸다가 삭제된 박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박 씨 등에게 각 30만 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게시글은 당시 공적 관심사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표현을 유지하고 존속할 자유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적 관심사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돼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게시글이 삭제당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분명하므로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씨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논란이 일어났던 2011년 6월 9일 해군 홈페이지에 항의글, 공사 중단 요청글을 남기자고 제안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박 씨가 올린 글을 비롯한 100여건의 비슷한 글이 게시됐다.

해군은 박 씨 등이 올린 글이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을 담고 있어 국가적으로나 해당 지역인 제주 강정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글을 올리고 관련 게시물 100여건을 일괄 삭제했다. 이에 박 씨 등 글 게시자 3명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