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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관대함이 부른 ‘노 키즈 존’

입력 | 2015-08-12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52>자녀에 공공장소 예절교육을




약 한 달 전 버지니아 주 한국 식당에 미국인 부모를 따라 온 다섯 살 백인 아이가 계속 칭얼대고 울며 짜증을 냈다. 엄마는 몇 차례 주의를 줘도 아이가 조용히 있지 않자 아이를 식당 카운터 밖 현관으로 데리고 나가더니 구석에 세워 놓고 이렇게 말했다.

“계속 떼를 부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여기 계속 서 있게 할 테야.”

경고를 받은 아이는 고개를 저었고 다시 식당에 들어와 조용히 밥을 먹었다. 개인주의가 발달된 미국에서는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도록 가르친다. 단 공공장소 등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다. 여러 사람이 밥을 먹는 식당에서 떠들거나 뛰어노는 행위는 일절 허락되지 않는다. 당시 광경을 목격한 식당 매니저 H 씨는 “부모들이 엄격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미국 아이들은 대체로 조용히 앉아 식사를 한다. 미국 동포들도 비슷하게 아이들을 단속한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온 부모들은 아이에게 관대한 편이어서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 달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을 둔 기자 부부도 3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어쩔 수 없는 ‘한국인 부모’였다. 2013년 초 같은 또래 아이들을 둔 한국인 부부 셋이 한식당에서 식사할 때 모여 앉아 조잘대는 아이들에게 식당 종업원들이 눈총을 주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다. ‘아이들이 그런 거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한 태국 식당에서 두 가족이 식사를 하다 미국인 손님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저렇게 방치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으로 일제히 우리 테이블을 바라보는 수모를 겪으면서 ‘미국인 부모’로 변신할 결심을 했다.

미국인들은 공원이나 놀이터 등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아이들의 잘못된 일거수일투족을 현장에서 바로잡으며 잔소리를 계속 해 댄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이의 자존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적에 인색한 게 아닌가 싶다. 급기야 식당이나 커피 전문점, 고급 가구 상점 등 아이들의 출입을 아예 막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13세 이하는 출입 금지’ 표지를 써 붙인 가게도 있다는데 이는 명백히 타인에 대한 자유 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주를 비판하기 전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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