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카키스 前 美민주 대선후보가 말하는 美정치와 리더십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미국 대선 판도에 미칠 파장은 크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82·사진)에게 최근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트럼프 돌풍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1980년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경제 부흥을 이끌어 일명 ‘매사추세츠 미러클’의 주인공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까지 오른다. 당시 아버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맞붙은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더 듀크(the Duke)’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 민주당 헤비급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다. 사욕이나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 특유의 겸손함이 매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스턴 자택서 주말 휴식을 취하던 그와의 전화 인터뷰는 7일 새벽 이뤄졌다. 그는 전날 백악관의 비공개 모임에 초청돼 워싱턴에 다녀왔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 최근 일고 있는 ‘트럼프 신드롬’을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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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을 돕는 게 아니라 공화당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 승복하지 않고 제3당이나 독립적 대선 후보로 뛸 경우 그를 따르는 공화당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고 그로 인해 공화당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유도 미사일(unguided missile)’ 같은 파괴적 존재다. 국민 화합이 아닌 분노만을 부추기는 정치인은 결코 좋은 정치인이 될 수도, 존경받을 수도 없다.”
―트럼프가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안보에 ‘무임 승차’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혼한 부부도 때로는 싸우지 않나. 한미동맹도 여느 동맹과 같이 완벽할 수 없다. 견해차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짐을 싸고 집을 나가지는 않는다. 트럼프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의 대세는 여전히 힐러리 클린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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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의 교감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요즘 대선을 앞둔 워싱턴의 화두 역시 ‘전략적 소통(strategic communication)’”이라고 전했다. 내친김에 좋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소통의 비법을 물었다.
“답을 알았다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겠나(웃음). 현대 지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바로 소통이다. 똑똑해진 대중의 실현 능력을 소통과 설득으로 꿰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탄복할 만한 소통의 달인은 빌 클린턴이었다. 누구든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사람이다. 소질이 없다면 배우기라도 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경우다. 각본에 의한 학습과 노력으로 소통의 대가가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마음가짐이고 노력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