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UBC) 수석무용수 커플이자 올해로 12년째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이들이 8개월 만에 다시 무대 앞에 선다. 14~16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통해서다.
올해 UBC 입단 16년차(엄재용), 14년차(황혜민)인 이들은 늘 개막과 폐막 공연의 주역을 도맡는 발레단 기둥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들이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난해 연말에 생긴 엄재용의 허벅지 부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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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잠자는…’은 작곡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바의 3대 발레 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다. 기본 동작과 클래식 테크닉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통한다.
이들은 “안무에서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 까다롭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어려운 작품이지만, 남편이랑 함께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든든해요. 제 몸이 약간 삐뚤어져 있는데 남편이 워낙 오래 저랑 호흡을 맞춰서 제일 잘 잡아주는 발레리노에요. 제가 겁도 많은 편이거든요. 올 상반기 저랑 파트너를 했던 발레리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고난이도 동작을 했는데 그가 ‘왜 자기를 믿어주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황혜민)
“파트너끼리 성격이 안 맞아서 싸우는 경우도 많은데 오랜 시간 함께해서 그런지 서로 몸을 맡기며 안정감 있는 안무와 연기를 합니다.”(엄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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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의 특징 중 하나는 데지레 왕자 역을 맡은 엄재용보다 오로라 공주 역의 황혜민의 활동량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데지레 왕자는 2막이 시작돼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황혜민은 “오로라공주는 특히 1막에서 청혼하러 온 왕자 4명과 계속 춤을 춘다”며 “악의 요정 카라보스의 저주로 물레 바늘에 찔려 잠든 후 꿈속에서도 춤을 추는데 정말 숨이 차올라 죽을 지경”이라며 웃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는 두 무용수의 ‘연기력’이다. 엄재용은 “이제 우리도 30대 중반이기에 20대 무용수들의 체력이나 테크닉을 못 따라간다”며 “하지만 저희만의 장점은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성숙한 연기력”이라고 했다.
실제로 황혜민의 연기력은 전문 배우 못잖게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용수로서 늘 내면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심지어 TV 드라마를 볼 때에도 내가 여주인공이라고 여기며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요. 호호.”
2만~8만 원, 02-223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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