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술가 쉬빙의 ‘地書’ 국내 출간… 2500개 기호로 120쪽 스토리 구성
‘지서’에서 출근을 앞둔 미스터 블랙이 옷을 이것저것 입어본 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은 페이지. 헤이북스 제공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지서(地書·헤이북스)’가 그렇다. 저자 쉬빙(徐빙)은 중국의 서예가이자 설치미술가다. 그가 ‘만든’ 소설 ‘지서’는 글자가 하나도 없다. 글자가 없으니 소설을 ‘썼다’고 할 수도 없다. 120쪽의 책은 2500여 개의 기호만으로 이뤄졌다. 쉬빙은 7년 동안 세계를 돌면서 공항 표지판, 화장실 안내판, 인터넷 이모티콘, 이정표, 국제 표준화기구 상징물 등을 모았다. 그 기호들로 이야기가 이뤄졌다. 저자는 ‘지서’에 앞서 자신이 만들어낸 문자로 쓴 책 ‘천서(天書)’를 내기도 했다.
‘지서’의 내용은 이렇다. 평범한 직장인 ‘미스터 블랙’이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겪은 일들이 펼쳐진다. 미스터 블랙은 화장실 앞 남녀 기호의 그 남자다. 알람 소리에 맞춰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화장실에서 배변 문제를 잠시 겪는다.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하기도 한다.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을지 국수를 먹을지 고민한다. 블랙은 온라인에서 데이트할 사람을 구하고 약속을 잡아선 만나러 간다. 이 모든 이야기가 기호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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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