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전매시장 위축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위례신도시에서는 올해 4분기(10∼12월) 3800여 채의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사흘 정도 지난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장지동 A공인중개사무소에 위례신도시 전용면적 145m² 아파트 분양권이 급매물로 들어왔다. 프리미엄(웃돈)은 4500만 원. 7월 초만 해도 1억 원에 이르던 웃돈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사겠다”는 문의가 없었다. 주인은 다급한 마음에 웃돈을 1500만 원까지 내렸지만, 이 매물은 아직도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려 있다.
8월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일 장지동 B공인중개사무소는 위례신도시 분양권을 사기로 했던 손님 3명이 갑자기 연락을 끊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이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분양권 매입을 포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대출받아 집을 사려던 사람들 가운데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줄면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요자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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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 1억 원을 호가하던 위례신도시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등의 아파트 분양권 웃돈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지역에 따라 500만∼1000만 원씩 떨어졌다.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도 지난달 말 이후 전반적으로 분양권 웃돈 상승세가 멈췄다.
위례신도시는 수도권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장 활발하던 지역이지만 지난달 말부터 매물만 쌓일 뿐 매수 문의가 줄고 있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입주가 임박한 단지일수록 분양권 가격의 하락 폭이 컸다. 서울 송파구 장지·거여동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11월 입주를 앞둔 위례신도시 A아파트 분양권은 지난달 초 분양가보다 1억 원 비싼 가격에 팔렸으나 지난달 말부터는 웃돈이 7000만 원대로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내년 1월 완공되는 B아파트 분양권의 웃돈도 이달 들어 지난달(7000만 원)보다 2000만 원 낮은 5000만 원으로 내렸다. 수도권 다른 신도시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사강변도시의 D아파트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5월 이후 분양권 가격이 2000만 원 이상 올라 지난달 초 6000만∼8000만 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웃돈 3000만 원대의 매물이 나와 있다. 7월 초 웃돈이 5000만 원까지 올랐던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의 E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매물이 나오면 2주 안에 모두 팔렸는데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문의 자체가 끊겼다”고 전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을 때만 해도 신규 분양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가 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았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건설사의 신용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옛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 일부 “일시적 조정… 실수요자에겐 매입 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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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분양권 가격이 한풀 꺾인 지금이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도시 분양권 프리미엄 하락은 계절적 비수기에 가계부채 대책 발표가 겹치며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오히려 지금 매입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권 가격 하락 현상은 매매가가 적정 수준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 뿐 앞으로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전세금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들은 주변 시세보다 싼 금액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남권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