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롯데그룹이 2018년까지 2만42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對)국민 담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호소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2일 2017년까지 1만7569명 고용을, SK그룹은 5일 2만 명의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 시행을 밝혔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잇달아 청년 일자리 마련에 나서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세 그룹 모두 총수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있거나,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시점이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더구나 롯데는 올 초 1만5800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는데 어제 숫자를 늘리면서 비정규직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도 밝히지 않아 급조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업의 중요한 경영 전략인 인력 고용이 정부의 팔 비틀기나 정치적 이유로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두환 정부 때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이 청와대의 재계 회동에 지각해 그룹이 공중분해가 됐다는 이야기가 한국 기업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년 전 10대 대기업 회장단을 청와대에 초청해 투자 활성화를 요청한 적이 있다.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등 모두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화답했으나 약속을 지켰는지는 의문이다. 2년 만인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은 한화를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또 고용을 촉구했다. 이번처럼 총수가 어려움에 빠진 기업은 정부에 ‘선처’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고용 계획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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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복귀함으로써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위원회가 재개될 전망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최대한 타협을 추구하되, 안되면 전문가들로 새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플랜B’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노동개혁을 이끈 하르츠위원회도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