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90만명… 인구 13% 차지 스페인-伊 청년실업 40% 넘는데 경제 살아난 獨은 기술인력 부족 獨정부도 비자 혜택-이민법 완화
스페인 출신 건축기술자 펠릭스 가르시아프리마는 2008년 금융위기로 바르셀로나에서 직장을 잃었다. 영국으로 떠나 석사 학위를 받고 다시 바르셀로나에 돌아왔으나 여전히 일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 한 지인이 독일 기업을 추천했다. 일자리를 알아보니 곧 중견기업 2곳에서 연락이 왔다. 독일어는 한마디도 못 했지만 독일로 이주해 취직을 했고 이제는 결혼 자금까지 마련해 여자 친구와 결혼도 할 수 있게 됐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3일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거주 이민자는 1090만 명을 기록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9만 명이 늘었고 2011년과 비교하면 100만 명이나 늘었다. 독일 인구 8108만여 명 중 13% 이상이 이민자인 셈이다.
이민자들은 가르시아프리마처럼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사례가 많다. 독일은 실업률이 7.4%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숙련노동자 부족 현상으로 임금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5%였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2013년 0.1%, 2012년 0.4% 성장에 그쳤던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그렇다 보니 독일로 가는 이민자들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 급증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은 2011년에 비해 41.8%, 그리스 출신은 17.4%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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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독일은 전쟁과 종교적 박해 등을 피해 도망쳐온 난민도 기록적인 규모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은 모두 25만8000명으로 연말에는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 수는 헝가리의 2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3배로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많다.
터키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독일로 오는 이민자들은 교육 수준도 높은 편이다. 2004년 이후 폴란드와 체코에서 온 25∼44세 이주자 중 20.7%가 대학 교육을 받았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출신도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20.9%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의 독일인은 18.1%에 불과하다. 펠리시타스 힐만 베를린자유대 지리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저렴한 물가와 창의적인 환경으로 남유럽 젊은 학자들이 베를린 거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을 둘러싼 의견은 독일 내에서 분분하다.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가진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이 난민 등으로 대거 들어오면서 독일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르톨트 콜러 FAZ 공동발행인은 3일 칼럼에서 “독일에서 몇 년 동안 일했던 외국인들이 출신 국가로 되돌아가지 않고 가족까지 데려와 살고 있다. 독재국가 출신 난민도 늘고 있다”며 “독일 정치권은 이민법 등 이민자 유입을 제어하는 정책과 관련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