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금 300만원에 성공보수 4억’… 상식 벗어난 요구 民事에서도 무효 변호사 성공보수, 법원 판단은?… 약정관련 판결문 전수분석
최근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과 별개로 이미 민사나 행정소송 사건 등에서도 과다한 성공보수 약정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아온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동아일보가 1985년 이후 30년간 성공보수 약정을 둘러싼 소송에 대한 전국 법원 판결 24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무효 판결을 받아 성공보수가 깎인 사건은 24건(10%)이었다. 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성공보수 분쟁에서 원칙적으로 성공보수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액수가 지나치게 많을 때에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상당수 사건에서 무효로 판단했다.
○ 민사·행정소송에서도 “과도한 성공보수는 반환”
반면 변호사의 정당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판결이 주류를 이뤘다. 4억8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1심에서 전부 패소했다가 2심에서 승소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호사의 성공보수가 착수금의 28배가 넘더라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노력을 긍정한 경우엔 성공보수가 다소 높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 형사사건 성공보수 노골적 약정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문제가 된 것은 20건이었다. 형사사건에서는 검찰 수사단계마다 성공보수를 약정한 사실이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검찰에서 ‘혐의 없음’ 결정을 받으면 3000만 원,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3000만 원 등이다. 또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때 영장이 기각되면 3000만 원을 받기로 한 노골적인 약정도 있었다.
의사 면허가 취소된 A 씨는 2000년 충북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4회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가 불구속 기소돼 청주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청주지법 항소심으로 사건이 넘어가자 A 씨는 변호사와 착수금 500만 원, 성공보수 4000만 원으로 계약했으나 징역 6개월이 선고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장과 변호사가 대학 동기이고 A 씨가 범행을 자백한 상황, 1회의 재판기일만 진행된 상황 등을 들어 성공보수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