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은 ‘공짜 표 없애기’라는 신선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홈 평균 관중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었으나, 내실 있는 노력으로 입장수익은 차츰 늘려가고 있다. 올해 3월 8일 수원-포항의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전경. 사진제공|수원삼성
홈 평균 관중 1만2030명으로 감소
지난해 비해 객단가 2배 이상 증가
새로운 관전 문화 ‘성공적인 연착륙’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은 올 시즌에 앞서 프로축구에 만연해있는 ‘공짜 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수원의 홈경기 평균 관중은 클래식 12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만9608명이었다. 이 중 무료입장객은 26%였다. 수원이 이 정도인데, 타 구단의 상황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K리그가 팬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급한 마음에 관중석이라도 채우고 보자며 공짜 표를 남발해온 결과다. K리그 리딩 클럽 수원이 부끄러운 민낯을 공개하며 시도한 ‘공짜 표 없애기’ 실험은 그래서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관중은 줄었지만 입장수익은 늘었다!
수원은 23라운드까지 올 시즌 홈 평균 관중 1만2030명을 기록했다. FC서울(1만7092명), 전북현대(1만5940명)에 이어 3위다. 평균 관중 1위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은 잃었지만, 실리를 챙겼다. 객단가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입장수익도 마찬가지다.
● 연착륙 중인 ‘공짜 표 없애기’
공짜 표를 없앤 수원은 당초 올 시즌 관중 목표를 경기당 1만1000명 정도로 잡았다. 일정 수준 관중 감소를 각오했다. 그러나 ‘공짜 표 없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로 1만2000명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5월까지는 평균 관중 1만5000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처음부터 어려움은 컸다. ‘축구는 공짜로 볼 수 있는 종목’이라는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했다. 수원 염태영 시장도 연간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공짜 표 없애기’에 동참했고, 구단도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홍보를 통해 공짜 표의 폐해를 역설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공짜 표를 없애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의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당초 생각보다 빨리 공짜 표 없는 수원만의 새로운 관전문화가 생겼다고 자부한다. 팬들과 지방자치단체 등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이라고 말했다.
● K리그에 시사하는 점은?
공짜 표를 없애겠다는 도전에 나서기까지, 수원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무모한 도전’이라고도 할 정도로 위험 부담도 컸다. 그러나 구단의 기대보다도 더 빨리 의미 있는 실험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공짜 표는 돈을 주고 입장한 팬들에 대한 모독이자, 장기적으로 K리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자충수다. ‘팬층이 두꺼운 수원이니까 그나마 시도도 할 수 있고, 성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K리그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