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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의 늪… 造船 3사 4조7000억 적자

입력 | 2015-07-30 03:00:00

숨은 부실 드러난 2분기 어닝 쇼크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4∼6월)에 매출액 1조6564억 원, 영업손실 3조318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대우조선은 이날 발표한 영업손실에 그동안 매출로 간주해온 ‘미청구 공사액(회사가 매출로 인식한 공사 금액 중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 2조5000억 원, 공사손실 충당금 2100억 원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손실을 숨겨오다 이제야 반영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조249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감소(1830억 원)한 가운데도 대우조선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 늘어난 4711억 원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이날 발표한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다. 1분기 433억 원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의 영업손실이 갑작스레 불어난 이유는 그동안 영업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던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그동안 대규모 부실을 감춘 배경은 ‘오너십 부재’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조선은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 등의 외압설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진이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 계획을 짜기보다는, 당장 실적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우조선 손실 원인으로는 2010년 이후 집중적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가 꼽힌다. 대우조선의 연간 수주액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46.9%에서 2012년 73.5%, 2013년 59.6%로 올랐다. 2011∼2013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서 바다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건설 경험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턴키방식’(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방식)으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외국 업체에 설계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견적이 제대로 산출되지 못해 실제 공정 과정에서 원가가 늘어나고 공기(工期)도 지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주들의 형편이 나빠져 받지 못한 외상값인 ‘장기매출채권’ 일부의 회수가 어려워진 점도 적자를 부채질했다. 대우조선의 장기매출채권은 1분기(1∼3월) 말 기준으로 8700억 원에 이른다. 미청구 공사액도 2011년 4조1000억 원에서 1분기에 9조4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대우조선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인해 예상되는 손실도 2분기 실적에 모두 반영한 만큼, 지난해 대거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건조가 본격화되는 하반기 이후부터는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삼성중공업도 이날 2분기 매출액 1조4395억 원, 영업손실 1조548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매출액이 11조9461억 원, 영업손실 1710억 원을 기록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