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산업부장
대통령의 휴가는 단순한 휴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때로는 중요한 외교수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국내적으로 유·무언의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부터 닷새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외부 일정 없이 관저에서 조용한 휴가를 보낼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번잡스러운 일정에서 벗어나 푹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하고 의미 있는 휴가라고 생각한다. 다만 닷새 중 하루 정도는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가벼운 나들이’에 나서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동아일보와 경제 5단체가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도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온 국민이 조금씩이라도 나눠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캠페인에는 현재 경찰청이나 국세청 같은 대형 정부기관이나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같은 대기업들이 동참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국내 여행지로 휴가를 가거나 전통시장을 찾아가서 물건을 산 뒤 인증샷을 올리는 이벤트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인증샷’ 이벤트가 처음 시작된 13일부터 20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에만도 1003장의 인증샷이 올라왔고 그 다음 일주일 동안에는 3배 가까운 2941장이 올라왔다.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만이 이 캠페인의 취지는 아니다.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 떡볶이를 사먹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도 훌륭한 실천이다. 물론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전통시장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는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평상시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휴가 이후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혹시라도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관저에서 외롭게 휴가를 보내는 동안 결정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흔히 경제는 심리고, 답은 늘 현장에 있다고 한다. 한 달 뒤면 임기반환점을 돌게 될 ‘박근혜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도 박 대통령이 이번 휴가 기간 중 전통시장을 꼭 찾아 상인들의 투박한 손을 맞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