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 형이 사인 내는 대로 믿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얻은 1승이지만 그는 공을 포수 강민호(30)에게 돌렸다. 프로데뷔 후 19경기에서 7패만 떠안았던 박세웅(20)은 25일 KIA를 상대로 프로무대 첫 승을 기록했다. kt에서 6번, 트레이드된 롯데에서 6번의 선발등판에서 번번이 패배의 눈물을 흘렸던 그에게는 12번의 도전 끝에 얻은 귀중한 1승이다.
프로에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1승이 이렇게 힘들 줄 그는 전혀 몰랐다. “경운중과 경복고 재학시절은 물론 퓨처스 시절에도 이렇게 안 풀린 적은 없었죠.” 신생팀 kt의 에이스감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올 시즌 개막전까지만 해도 ‘신생팀 출신 신인왕’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그는 4월 1일 삼성 윤성환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1군 무대 데뷔전에서 5이닝 동안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내가 던지고 있으면서도 윤성환 선배 던지는 걸 보고 감탄만 했어요. 제구력도 좋고 변화구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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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는 프로무대에서 첫 교훈을 배웠다. “아무리 잘 던지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던져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좀 더 쉽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는 더 이상 신인왕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집중해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시즌을 마치는 것만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최근 kt에 1차 지명을 받은 동생 박세진(18·경북고)에게 별다른 조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2년 전 자신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걷는 동생인데 말이다. “일단 한번 겪어보라고 일부러 아무 말도 안했어요. 자기가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거니까요.” 12번의 선발 등판 만에 1승을 거둔 형이 동생의 프로무대 진출을 축하하는 방식이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