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 찬성 69.53%… 2.86%P차 승인, 현물배당 엘리엇 요구案은 부결 기업 경영권 방패 강화 과제 안아
17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의 69.53%가 두 회사 간 합병안에 찬성했다. 합병안 통과를 위해 필요했던 66.67%(참석 주주의 3분의 2)보다 불과 2.86%포인트 많았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 1억5621만7764주 중 1억3235만5800주(84.73%)가 표결에 참석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안해 안건에 포함됐던 현물배당 관련 정관 개정안 2건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같은 날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 빌딩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는 별도의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제일모직의 윤주화, 김봉영 사장과 삼성물산의 최치훈, 김신 사장은 주총 직후 공동명의로 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며 “이미 약속 드린 주주친화 정책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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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지분 7.12%를 사들인 뒤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은 막판까지 외국인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을 설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엘리엇은 합병안이 통과된 뒤 “수많은 독립주주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으로서는 합병안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엘리엇과 박빙의 표 대결을 벌이면서 많은 과제도 남겼다. 날로 힘을 더해가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로부터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을 계기로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기업들도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해외 투기자본에 대비한 기업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