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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愛] “빙그레 원년 응원단장 아버지를 위하여”

입력 | 2015-07-10 05:45:00

한화 송인환 씨는 특타가 있는 날이면 선수들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9년 경력의 배팅볼 투수다. 한화 원년 응원단장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지금은 전력분석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한화 배팅볼투수 송인환 씨

암 투병중인 아버지…예전에 근무하던 곳
특타땐 내가 간판투수…매일 수백개 던져
세게 던지는 게 능사 아냐…선수특성 고려
페이스조절하며 던져서 많이 힘들진 않아
내 공으로 훈련한 선수가 잘 치면 뿌듯해 

그는 매일 같이 마운드에 오른다. 하루에도 몇 백 개씩 공을 던지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한화 김재현 타격코치는 그를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보배”라고 말한다. 매일 같이 열리는 ‘한화표 특타(특별타격훈련)’에 늘 등판하는 ‘좌완 배팅볼 투수’ 송인환(29) 씨 얘기다. 송 씨가 한화에서 배팅볼을 던진 역사만 벌써 9년이다. 2005년 입사한 뒤 햇수로는 11년째다. 지금은 전력분석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팀에 없어선 안 될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송 씨는 “특타가 많아지면서 힘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그날 내 공으로 훈련한 선수가 경기에서도 잘 치면 보람을 얻는다”며 “또 빙그레 원년 응원단장이셨던 아버지를 위해 공을 던져야 한다. 그게 내 운명이다”고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 하루에 500개 던지는 좌완 배팅볼 투수

송 씨의 하루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몇 년 전부터 전력분석 일을 시작하면서 아침에 영상자료를 정리한다. 낮부터는 배팅볼 투수로 변신한다. 한화에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송 씨의 일과도 바빠졌다. 최근 KBO리그에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좌완투수가 많아지면서 그를 찾는 선수들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던지는 양이 만만치 않다. 1시간 내내 500개 정도의 공을 던진 적도 있다. 경기 후에도 타격훈련이 진행되면 어김없이 출동한다.

송 씨는 “힘들지만 코치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등판 간격(?)도 조절해주고, 무리가 되지 않도록 신경써주신다. 나 역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공을 던지니까 많이 힘들진 않다”며 배시시 웃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한 번 등판하고 나면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따로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아 치료도 받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송)인환이가 1월 스프링캠프부터 계속해서 공을 던졌다. 시즌 중에도 특타 때마다 불려간다. 그런데도 워낙 성실해서 티를 안 낸다. 그 모습이 더 대견하다”고 귀띔했다.

● 야구선수에서 배팅볼 투수로!

송 씨도 원래 프로선수를 꿈꿨던 야구 꿈나무였다. 그런데 고교 때 서류처리과정에서 이름이 누락이 되면서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되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훈련을 도울 수밖에 없던 그에게 코치는 한화 배팅볼 투수를 권유했다. 대회 성적이 없어 프로 지명은 언감생심이었던 송 씨는 ‘돈부터 벌자’는 마음에 테스트를 받았고, 그렇게 배팅볼 투수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투수 출신이다 보니 배팅볼을 세게만 던지다가 방망이를 부러뜨리기 일쑤였다. 자칫 타자들의 타격 밸런스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세서 ‘등판했다가 교체되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갔다. 그는 “세게만 던지는 게 능사는 아니더라. 지금은 선수의 특성에 맞춰 던지는 법을 익혔다. 이제는 날 따로 찾아주는 선수도 있다”며 웃고는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타자는 (김)태균이 형이다. 훈련도 실전처럼 한다. 김민재 코치님(현 kt)의 강렬한 눈빛, 그날 상대선발과 똑같은 폼으로 던져주길 바라던 조원우 코치님(현 SK) 등이 기억에 남아있다. 신경현 코치님은 내가 어디로 던지든 다 받아쳐주며 배팅볼 투수를 배려하셨다. 그게 참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 암 투병 중인 빙그레 원년 응원단장 아버지

송 씨는 한화를 ‘운명’이라고 했다. 비록 프로 입단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빙그레 원년 응원단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한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야구를 시작했고, 지금도 한화에 몸을 담고 있다. 물론 삶이 녹록하지 않다. 특타로 인해 힘이 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송 씨는 “아버지께서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 병세는 많이 호전됐지만 편찮으시니까 아무래도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아버지가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은데도 아들을 야구선수로 만들겠다고 당시 선수들에게 야구물품을 받아서 나에게 주셨던 기억도 난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응원하시던 팀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기쁨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했다.

송 씨를 지탱하는 힘은 또 있다. 그는 “내 공으로 훈련했던 선수들이 그날 경기에서 잘 치면 뿌듯하다.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건네는 ‘수고했다’는 격려도 큰 힘이 된다”며 “어렸을 때 야구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나중에 미약하지만 야구재단을 세워서 힘들게 야구하는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그 꿈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던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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