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정치 끝내야/청와대·친박]당청관계 복원 숙제 안은 靑
《 메르스와 가뭄, 경기 불황에 민심이 어수선하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복지 논쟁도 사회적 통합 방안을 찾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앞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에게서 국정 운영을 위임받은 정부와 여당은 성난 민심을 어루만지고 민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야당의 계파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 실패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은 이번 ‘유승민 사태’를 거치면서 내전(內戰)을 방불케 하는 권력투쟁의 양상을 드러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이제 여권은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 청와대는 ‘불통’에서 벗어나 여당과 함께 각종 현안을 풀어나가야 하고, 여당 지도부는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원만한 당정청 관계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
朴대통령, 임기택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접견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신임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말이 안 통하는 당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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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의 ‘영혼 없는’ 사과는 박 대통령의 분노를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도 마음을 푸시고…”라고 했다. 문제의 본질이 ‘꽁한 대통령’에게 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의 사과가 대통령을 조롱한 것 아니냐”며 더 굳게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결국 8일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는 ‘정치적 파경’을 맞았다.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 모두 ‘헌법정신’을 내세워 서로를 공격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이라고 못 박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삼권분립 원칙을 박 대통령에게 되돌려줬다. 현재 대한민국을 ‘왕정’에 비유한 독설이었다.
청와대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침묵했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의 ‘도발적 작별인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 불통의 장막 거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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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인 2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 전 원내대표는 긴급회동을 한 뒤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격주로 열고, ‘고위당정협의회’를 현안이 있을 때마다 열기로 했다. 당정청 대화가 복원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공무원연금법 개혁 과정에서 잇달아 엇박자를 내면서 대화는 완전히 단절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최고위급이 만나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결국 대통령이 직접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주기적으로 만나 견해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상시적 소통을 위해서는 청와대 정무라인의 복원도 시급하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8일로 52일째 공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무수석 인선 단계부터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청와대가 추구하는 정책과 새누리당이 중시하는 정책이 다를 경우 ‘제2, 제3의 유승민 사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정무라인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책라인이 새누리당과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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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