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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여름에 듣고 싶은 라벨의 발레곡 ‘다프니스와 클로에’

입력 | 2015-07-07 03:00:00


라벨

무더운 여름 아침, 라벨의 발레 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3부 새벽 해돋이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휘파람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옵니다. 뉴스에 그리스가 자주 등장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마다 떠올리곤 하는 작품입니다.

이 발레의 원작 이야기는 2세기경 그리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양 치는 사내와 처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죠. 제가 좋아하는 3부 시작 부분은 해적에게 납치되었던 처녀 클로에가 무사히 풀려나 새벽이 밝으면서 연인과 행복하게 재회하기 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라벨은 20세기 초 관현악의 최고 거장 중 한 사람으로 불렸습니다. 무소륵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도 그가 훌륭하게 관현악으로 편곡해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이 ‘다프니스와 클로에’에서도 헤매듯 용솟음치며 가라앉는 현악, 휘파람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해 주는 목관, 태양과 같이 강렬한 금관이 우리를 도도하고 밝고 커다란 소리의 화폭으로 인도합니다.

여름이면 저는 주로 이 곡처럼 색상이 강렬한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관현악곡을 꺼내 듣게 됩니다. 라벨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도 여름 한 날을 보내기에 적합한 곡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기 마련이니까, 답답한 여름에는 찰랑거리는 건반악기 반주가 동반된 바로크 시대 음악이 제격이라는 분도 여럿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무대는 에게 해의, 터키에 가까운 레스보스 섬입니다. ‘레즈비언’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 곳이죠. 강한 남성성을 시에 드러낸 여성 시인 사포의 출생지였기 때문에 동성애와 연관짓게 되었지만, 오늘날의 이 섬 주민들은 “동성애와 특별한 연관은 없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떠올려 보니 최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성공한 일이 떠오르네요. 이래저래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생각할 일이 많은 2015년 여름입니다. 한창 꼬여 있는 그리스 경제 문제도 잘 풀려서 남쪽의 낙천적인 사람들이 미소를 잃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윤종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