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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시간을 가치있게 쓰려면… 먼저 죽음을 생각하라

입력 | 2015-06-29 03:00:00


《시간적 한계를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삶으로부터 긍정할 만한 가치가 담긴 무언가를 되도록 많이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 만일 이 한계를 영원 쪽으로 미루는 것이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영원히 ‘삶’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나이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빌헬름 슈미트·책세상·2014년)》

이 책의 부제는 ‘마음의 평정에 이르는 10가지 길’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지우고 평정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언한다. 그는 ‘시간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살아있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삶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나는 시간을 아는 것이 사람의 능력을 키워주는 건 사실이다. 기자에게는 마감 시간이, 축구 선수에게는 90분이라는 경기 시간이 그 역할을 한다. 많은 기자들이 마감 시간이 임박했을 때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됨을 경험한다. 축구 경기에서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 종료 10분 전부터 골이 많이 나온다. ‘이제 곧 끝난다. 그 안에 뭘 해야 한다’는 인식은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정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최선의 결과’다. 많은 경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축구 경기에서는 90분 동안 두 팀의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결국엔 절반만 웃을 수 있다. 갖은 노력을 쏟아부었던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정말 끝난 건가’ 하는 허무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삶이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해놓은 건 별로 없다고 생각해 보자. 이럴 경우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게 전부였을 리가 없다’라는 분노가 폭발한다. ‘난 분명히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꿈꿨던 건 이런 게 아닌데…’ 말이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애초에 더 노력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겸허히 수용하거나 말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