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만들기/이남희 지음·유리 이경희 옮김/524쪽·2만5000원·후마니타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문리대 아시아학 부교수이자 한국 출신이라는 저자의 내·외부인적 성격이 책에서 빛을 발한다. 당대 한국의 상황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되 외부인의 시선을 겸비했다는 의미다. 유럽, 아프리카, 미주의 민중과 한국의 민중이 구분되는 점을 여러 차례 짚어낸다.
책이 ‘피가로의 결혼’과 프랑스혁명의 관계를 건드리면서 정부 주도 문화 정책의 대척점에 선 마당극에 적잖은 비중을 할애한 점은 흥미롭다. 탈춤과 연희의 역사를 짚은 뒤 1970, 80년대 저항과 의례로서 마당극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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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인데 옛날이야기나 역사소설 같은 재미가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개념뿐만 아니라 군상을 통해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좇은 덕이다. 국내외 논문뿐 아니라 당대의 마당극 대본, 소설, 시, 대자보에서 건져낸 시대상도 다채롭다.
저자는 결론에서 책을 통해 민중운동을 역사화하고 역사가 그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자 했다고 고백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