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파장]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에 급식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메르스 여파로 무료급식소가 잇달아 문을 닫고 건설근로자 등 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들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식당 종업원이나 가사도우미 등 중장년층 일용직 인력시장에 메르스 여파가 심각하다. 토목, 건설 분야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젊은층의 아르바이트(알바) 자리가 줄어들고 무료 급식소가 잇달아 문을 닫는 등 메르스 확산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 “장사가 안 되니 사람 줄여야죠”
식당 등에 인력을 주로 공급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인력관리회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이달 초부터 사람을 찾는 전화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매출 급감으로 식당과 카페 같은 자영업체의 인력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는 것. 그는 “자영업자가 다들 힘들어하니 일용직 인력시장이 제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용직 근로자 중심의 인력시장뿐만 아니라 20, 30대가 많이 찾는 알바시장도 타격이 크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4)는 “돈이 좀 필요해 이달 초 알바 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일할 곳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올해 2∼4월 카페 등에서 일했던 때와 비교해보면 괜찮은 일자리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
알바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기 전과 후를 나눠 채용공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각종 행사와 공연, 여행 등 서비스 업종에서 메르스의 영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영화·공연·전시’ ‘테마파크·레포츠’ ‘여행가이드’ ‘뷔페·연회장’ ‘안내데스크·매표’ ‘숙박·호텔·리조트’ 등 6개 서비스 업종의 채용공고 수는 그 전 2주에 비해 10.3% 줄어들었다.
○ 봉사자 줄어든 무료급식소 ‘비상’
급식소 관계자는 “평소 100명까지 오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자원봉사 신청을 해놓고 당일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역 인근의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 역시 기업과 기관의 자원봉사 일정 취소가 잇따라 14일에는 밥 대신 배식이 쉬운 떡과 음료수만 나눠줬다.
한편에서는 메르스를 피해 해외로 ‘도피여행’을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32·여)는 “음식점 영업이 너무 안 돼 가게 문을 닫아두고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세 살 난 아이가 그동안 집 안에만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김배중·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