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작가 가브리엘 쿠리展
얇은 알루미늄 판을 널어놓은 ‘Looping Trajectory through Collapsing Mountain 01-01’. 국제갤러리 제공
장난하자는 건가. 커튼 칸막이를 짐승 모양으로 꾸민 ‘프라이버시 스탠더즈(Privacy Standards)’는 대여섯 살 때 식탁 의자와 거실 탁상을 모아놓고 담요를 씌운 뒤 올라타 입으로 쉭쉭 소리 내며 놀았던 우주선과 뭐가 다른가 싶다. 길게 잘라낸 알루미늄 판을 휘어 전기 케이블용 집게로 엮어 놓은 조각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말로 설명하기 꺼리는 쿠리가 일관되게 내비치는 건 결국 조롱의 뉘앙스다. 값비싼 대리석을 대충 잘라 얽어 벽에 기대 놓고 갈라진 틈새에 지폐 몇 장을 끼워둔 ‘원 원(Won Won)’은 특히 노골적이다. 전시하는 나라의 화폐로 바꿔 만드는 이 연작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아트페어 때 도난 사건에 얽히기도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